< 無物之象 : 물체없는 형상 > - 권능의 그림을 읽다.  

  Peng Feng (북경대학 예술대학 원장)

 영화《미스터 노바디》는 우리에게 ‘인생에 있어 진실과 상상은 궁극적인 의미로 볼 때는 큰 차이가 없다.’라는 교훈을 남긴다. 영화에서 미스터 노바디(주인공)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때, 진실과 상상이 한데 뒤섞여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면 삶에 의미를 만드는 일에 있어 환상은 실제와 똑같이 중요하다. 권능은 그의 그림을 통해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권능의 작품에서 실제의 세계와 실제를 재현한 세계, 순수 환상의 세계는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다. 이들 세계의 관계는 플라톤이 우리에게 얘기하던 것과 같은 위계관계에 있지 않다. 그것들은 완전히 평등한 것으로 미스터 노바디의 기억 속에 나타난 세계와 같다.

 

 따라서 포스트모던 철학자가 언어를 중시하는 데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는 ‘한 가지의 언어를 차지하는 것은 한 가지의 생활을 차지하는 것과 같고 한 가지의 언어를 창조하는 것은 한 가지의 생활을 창조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듣기에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의미로 볼 때, 일리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과거를 회상할 때, 발생한 것과 발생하지 않은 것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것들은 기억 속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궁극적으로 인생사는 무물지상(無物之象)이라고 말할 수 있다. 권능의 작품은 우리에게 그의 세계를 보여주고 그가 어떻게 그의 세계를 구축했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우리가 그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면 그의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과 같다. 만약 우리가 그의 그림을 갖게 된다면 그의 세상을 갖게 된 것과 같다. 우리는 권능이 그림 그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성할 수 있고 심지어 그의 그림을 자신의 세계 일부로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권능의 그림 속 일부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가 무물지상(無物之象)이 될 수 있는지, 권능의 기억 속에 머무를 수 있을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수 있을지에 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