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없는 여행객 

 SuMang_중국의 유명패션인, 조상문화(潮尚文化)의 창시자

 예술가 권능의 작품은 단순히 기호(記號)들의 중첩이 아닌 시공간이 뒤섞이고 의식이 교차되는 것이다. 권능의 작품은 사르트르의 존재주의 철학의 영향을 깊게 받고 있다. 이러한 존재와 비존재의 관계가 권능의 작품 속에서 찰나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이러한 순간성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개체로, 허구적이면서도 사실적이고, 주변 세계와 화합을 이루기도 하고 부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는 권능의 모든 작품에 스며들어 있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한 폭의 그림 혹은 교과서 속에 고정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존재한다. 그들의 존재는 그림을 그린 화가, 그들 본인, 관람객의 상상력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예술 역사에 대해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축하한다. 당신의 뇌에 곧 정보 과부하가 올 것이다. 권능의 작품《 Art Fair 》 속에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홍보 책자를 들고 예술 전시회를 구경한다. 아르놀피니 부부는 달콤한 신혼을 만끽하면서 아이를 낳고 생활하고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 학당》에서 빠져나와 전시장 속 빼곡히 둘러싸인 군중 사이를 걷고 있다. 술의 신 바커스와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의 여성 종업원은 샴페인을 팔고 있고, 모나리자는 한 편의 시와 같은 경치를 떠나 눈에 띄지 않게 군중 사이에 서 있다. 명화 속 인물들뿐만 아니라 예술가 본인들 또한 전시장에 보인다. 권능은 예술가들을 그려낼 뿐 아니라 그들의 현실에서의 관계까지 은밀하게 연결한다.

 

 모든 시대의 기호(記號)가 권능의 작품 속 《 Art Fair 》 전시장에 모여들 때 혼란스러움과 황당함이 뒤따른다. 이곳에는 단순히 몇 개의 기호(記號)가 아닌 모든 문화와 역사적 맥락이 얽혀 있다. 관객은 작품 속 기호(記號)를 식별함과 동시에, 과거의 정의(定義)에서 분리하여 새로운 맥락 속에 넣으려고 시도하며 혼란에 빠지게 된다. 관객이 기호(記號)와 정의(定義)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할 때, 권능은 이러한 도전에 난이도를 한층 더한다. 그는 이러한 기호(記號)들에 새로운 정의(定義)를 부여할 생각이 없으며, 낯설지도 익숙하지도 않은 얼굴들은 기이한 차원에 머무르면서 서로 껴안고 배척하며 보는 이들의 시야를 가득 채우며 혼란스럽게 한다. 그들은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나는 대답할 수 없다. 권능의 작품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모두 표 없는 여행객이다.”